어쩌다 보니 겨울에 부다페스트에 가게 되었습니다. 봄이나 가을처럼 날씨 좋을 때 갔으면 춥지 않고 더 많이 즐길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겨울의 유럽과 크리스마스의 조합도 너무나 좋았습니다. 우리가 머무르는 동안 맑은 날도 있었고 안개가 가득 낀 날도 있었고 또 눈과 비가 오는 날도 있었습니다. 다양한 날씨 속의 부다페스트가 다양한 모습으로 기억에 남게 되어 나쁘지 않았습니다.
12시간가량의 비행을 하고 부다페스트에 도착해서 착륙을 할 때는 오랜만에 느껴지는 귀의 통증이 있었습니다. 아이들도 귀가 아프다고 해서 가방 속에 넣어둔 껌을 계속 씹게 하고 침을 삼키게도 했는데 큰 아이는 한동안 귀 통증 때문에 힘들어했습니다. 비행기 탈 때는 사탕이나 껌을 꼭 챙겨야 하겠습니다. 안 아프고 넘어갈 수 도 있지만 만약 귀가 아프다면 고통스럽기 때문입니다.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 밖으로 나가기 전에 입국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우리 앞에 있는 가족들이 한참 동안 시간이 걸리길래 우리도 뭘 물어볼지 몰라 긴장하고 있었지만 전혀 아무것도 묻지 않고 도장만 탕 찍어 주고 끝났습니다. 짐을 찾고 나와 처음 마주한 헝가리 부다페스트.
우리가 가기 전까지만 해도 눈도 많이 오고 춥다는 이야기에 방한용품을 가득 챙기고 따뜻하게 입고 갔는데 도착한 첫 날에는 날씨가 따뜻해서 입고 간 롱패딩이 거추장스럽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이기에 아이들 컨디션에 맞추고 무리하지 않게 여행하기로 했습니다. 부산에서 인천공항으로 오는 시간과 공항에서 대기시간, 12시간의 비행시간에도 거의 잠을 자지 않고 있었던 아이들이 있어서 일단 숙소에 들어가 쉬면서 다음 일정을 잡기로 했습니다.
따뜻하고 편안한 숙소에 들어가니 아이들은 역시 잠이 들었습니다. 좀 자고 나니 시간은 늦은 시간이 아니었지만 벌써 해가 지고 있었습니다. 한 숨 자고 일어난 아이들과 부다페스트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구경하고 저녁을 먹기로 하고 나왔습니다.
부다페스트가 왜 야경이 유명한지 알았습니다. 그냥 차안에서 지나가는 풍경인데도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하고 멋진 모습이었습니다. 부다페스트에서 첫 끼니는 바로 쌀국수. 따뜻한 국물로 속을 진정시키고 싶어서 다들 쌀국수를 선택하고 크리스마스 마켓 근처에 있는 OSHO라는 쌀국수 가게에 갔습니다. 유럽 사람들도 쌀국수를 많이들 먹는지 자리가 없어서 대기하다가 자리 잡고 앉아서 먹을 수 있었습니다. 쌀국수와 이것저것을 시키고 먹는데 우리 입맛에는 좀 짰습니다.
밥을 먹고 나와 크리스마스 마켓을 가기로 하고 성이슈트반 대성당 마켓으로 향했습니다. 한국에서도 밤에는 거의 돌아다니지 않기에 아이들의 눈이 반짝반짝~~. 맛은 없겠지만 맛있길 바라며 아이들도 기분은 내야 하기에 사탕하나씩 사 들고 여기저기 구경하면서 성 이슈트반 대성당에 도착하니 멋진 트리와 함께 성당에도 화려한 조명으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물씬 내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크리스마스 장식도 마켓도 작은 규모로 했었는데 올해는 좀 더 크고 화려하다고 합니다. 그래도 비엔나나 프라하 보다는 작다고 하는데 다른 나라 크리스마스 마켓도 궁금했습니다. 월요일 밤인데도 사람들이 제법 있었지만 주말에 비해 많이 않아서 사진도 찍고 아이들과 구경하기에 괜찮았습니다.
마켓에는 먹거리, 장식품 등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현지 거주자에 의하면 가격이 매우 비싸다고 합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바로 나온 거라서 뭘 먹고 싶지는 않았고 크리스마스 관련 장식품이나 수공예품등 새로운 문화와 처음 보는 것들을 구경하느라 바빴습니다. 말린 과일과 약재 같은 것들을 엮어 놓은 것이 예뻐서 보고 있었는데 이게 뱅쇼(핫 와인)를 만드는 재료라고 합니다. 지나다가 부다페스트의 눈이라고 불리는 대관람차도 봤는데 무척 빨라 보였습니다. 우리는 그냥 사진만 한 컷 찍고 지나갔습니다.
첫날은 이렇게 구경하고 다시 숙소로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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